2017년 9월 2일 토요일

메이커 운동 사회 기여 분석 사례 - 포틀랜드 메이드 보고서

안녕하세요. 간만에 시간이 있어, 항상 마음속에 화두인 국내 메이커 운동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 메이커 운동의 한계점을 생각해 보고, 메이커 운동에 대한 사회 기여 조사 분석 사례인 오레곤 포틀랜드 메이드를 나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포틀랜드는 메이커 시티 운동에 참여한 많은 미국 도시 중 하나입니다.


1. 국내 메이커 운동의 이슈
선진국과는 다르게 국내 메이커 운동은 정권에 따라 부침이 있는 것 같습니다(사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말이죠^^).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창조경제란 관점에서 진행되었던 메이커 운동이, 최근 4차산업혁명의 관점에서 재조명되면서, 다시 떠오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Portland Made

메이커 운동이 국내 교육, 산업, 사회 환경과 충돌하는 지점에 가까이 가신 분들이라면, 다들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절실히 느끼셨을 겁니다.

  1. 사실 국내에는 일반시민이 메이커 운동을 할만한 시간, 자원이 많지 않습니다. 메이커 페어에 꾸준히 참가하시는 분들은 정해져 있는 듯 합니다.
  2. 메이커 공간이 매우 부족합니다. 있는 공간도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학원처럼 사업화된 곳은 비싸서 부담스럽습니다.
  3. 학생들의 메이커 활동은 학업을 포기해야 하거나, 적은 수시 전형 TO를 목표로 해야 동기 유발이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하고 있다는 선행학습, 1등급 내신점수, 경쟁률 높은 학교 진학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합니다. 그 적은 수시 특별 전형 TO도 전문학원 및 특정기관에서 스파르타식 커리큘럼으로 포트폴리오를 집중관리되는 학생과 단지 메이커를 좋아하는 학생이 서로 경쟁하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4. 3의 경우에는 사설 학원에서 이미 메이커 운동을 사업화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자기 주도적인 메이커 운동 보다는 아웃소싱화가 진행됩니다. 사실, 메이커 운동을 통한 자녀 교육은 사실 장난감 사주듯 아웃소싱할만한 것이 아닐 겁니다.
  5. 3, 4와 같이 사교육 시장이 움직이고 있어, 학원가에서 찍어내기 교육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강사 및 교구 수요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메이커 운동이 4차산업혁명 교육과 함께 취급되어가고 있습니다.
  6. 패밀리 메이커 운동은 지속적이고 이상적인 모델입니다. 다만, 국내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메이커 교육을 경험할만한 복지국가는 아닌 듯 합니다. 최소 6시/주말 부모 칼퇴근과 보편적인 메이커 운동 공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7. 국내 메이커 운동에 참가하는 학생, 학부모의 기대치와 실제 현업 메이커 장인들의 대우는 괴리가 매우 큼니다. 정부와 언론에서 코딩, 메이커, STEAM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정작 저의 개발자, 엔지니어 친구들은 을도 아닌 정이나 병에서 낮은 대우를 받고 코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테크니션 동료들의 작업환경, 복지와 대우는 매우 취약합니다. 우리나라는 Field 작업에 대한 대우가 관리직보다 좋지 않습니다. 엔지니어, 장인들이 자기 기술을 브랜드화하기 매우 힘든 사회 환경입니다.
  8. 조잡한 취미생활하는 수준에서 메이커 운동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메이커 운동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메이커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기관도 많습니다. 열정페이는 지속적이기 힘들고, 말이 달라지면 서로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끔 4차 산업혁명이 메이커 운동과 관련되어 있다기에 메이커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음에도 메이커운동을 해야 한다고 소리높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책과 관련된 분이시라면, 오바마 행정부의 메이커 운동 이니셔티브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직접 참여하신다면 메이커 운동에 대해 좀 더 이해하실수 있을 것 입니다. 이런 내용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당연히 앞서 모든 문제들은 메이커 운동에 참여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부모, 시민, 아이들, 메이커, 교육자 탓은 아닙니다. 심지어 학원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교육 정책이 못하는 부분을 커버해주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문 학원, 교구 제작사들은 메이커 운동의 본질보다는 부모의 불안함에 편승해 사교육을 조장하려 한다면 문제가 있을 겁니다.
South Korea Education Problem(Jeyup S. Kwwak, 2014, WSJ)

이런 상황을 조장한 배경은 아직 대량생산을 목적으로하는 대기업과 공장에 필요한 인재를 찍어내려는 주입식 교육, 점수로 줄세워서 그 시스템에 적응한 학생들만 인재로 취급하며, 전문적인 지식과 자원을 집중 투입하려는 관주도 엘리트 교육정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책은 각자 고유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교육 자원을 공평하게 제공해 주길보다 몇개의 자리만 두고, 재능이 서로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끼리 경쟁해 싸워 이겨서 그 자리를 차지하라고 강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이 뒷거래되는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국가, 대기업 중심 대량생산을 위한 교육(Euroean press phto agency)

과거 머리좋은 엘리트가 국가경제의 재목이 되길 바라는 좋은 의도?라 볼 수도 있었겠으나, 그 과정에서 후순위 투자로 밀리는 수많은 학생들은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교육 정책의 희생자가 되길 마련입니다. 과연 누가 재능의 높고 낮음을 특정 잣대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배우려는 선진 산업 모델은 국내 교육 정책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각자의 재능을 조합해, 구글, 페이스북, AirBnB, 우버, 인스타그램과 같은 회사가 되었는 지를 추적해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AirBnB workplace(AirBnB)

우리 교육 정책은 방향이 선진국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선진 교육은 학생 각자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보편적인 공교육을 시행합니다. 입시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고 서열화해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시스템의 하부층을 생산하는 교육 정책은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입니다. 게다가, 경쟁에서 이겨 대기업에 취직한들 경력 개발보다 아웃소싱 관리만 하다 40대 퇴직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교육 정책의 이익은 시스템의 극소수만 가져가기 마련입니다.

코딩과 메이커 교육이 중요하다고 교과목과 입시에 반영되면, 학생이나 학부모는 없는 시간을 짜내서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스파르타식 학습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선진국 북유럽과 같이 보편적 교육이 가능한 자원을 정책적으로 마련해 주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추진된 정책의 결과는 사교육 시장의 확대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메이커 운동은 우리 사회, 교육, 산업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메이커 운동이 시작된 선진국은 직접 가서 보면 우리와 별반 다른것이 없는 듯 보이는 메이커 스페이스,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파본 분들은 그 하부 구조가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메이커 교육이 현재 교육의 대안이 되려면, 기존에 쌓인 문제들부터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2. 해외 메이커 운동 사회 기여도 조사 분석 사례
메이커 운동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려면, 메이커 운동의 현황을 살펴보고, 어떤 이익과 문제가 있는 지를 분석해, 이를 공유하려는 활동이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사회에 얼마나 공헌하고 있는 지는 메이커 운동의 의미와 관련있는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해, 포틀랜드에서 도시 지역 메이커 운동을 조사 분석한 사례가 있어 공유합니다. 앞의 모든 이슈에 대해 답해주지는 못하지만, 이런 조사가 사회에서 메이커 운동의 의미와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줄 수는 있습니다.

포틀랜드는 장인, 수공업자가 많은 곳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포틀랜드에서 사람과 제품을 대표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Portland Made Collective(www.portlandmade.com)를 조직했습니다. Portland Made Collective에는 장인, 생산자를 포함한 약 400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포틀랜드 주립 대학의 Charles Heyring교수는 2014년 Portland Made Collective (PMC)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하였습니다. 이  분석에서 회원들이 올리는 매출액은 2억 8천 8백만달러였습니다. 이 설문 조사에서 회원들은 기업가보다는 메이커 또는 장인으로 자신을 칭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PMC는 이후 2015년 회원수가 2.7배 증가했고,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는 중입니다.

이들은 메이커 설문 조사를 통해,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지, 어떻게 산업적으로 공헌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Portland Made Collective 설문 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리포트 목적, 응답자 카테고리, 생산자와 제공 서비스, 연도별 분석, 고용, 이익, 정체성, 사업장 위치, 마켓, 문제점과 도전과제

이 지역에서 설문한 메이커 소득 분포와 서비스 분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설문에서는 회원들의 연평균 소득도 분석했습니다. 참고로, 이 설문은 2014년도에 수행되었고, 2015년에는 회원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각자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무엇이라 생각하지는 설문도 해 보았네요. 회원들 다수는 본인이 메이커나 장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사업의 원동력으로 보입니다.

메이커 운동의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원 사업장 위치도 분석했습니다.

메이커들이 사업을 할 때 장애요인도 분석했습니다. 포틀랜드 메이커들은 마케팅, 제품 개발, 효과적인 사업 시스템, 펀드, 인력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펀드보다는 마케팅 및 제품 개발 시스템이 더 높다 것에 시사점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메이커는 메이커 생태계에 대한 접근성이 제품 개발 시 영감, 문제 해결, 자원 교환, 마케팅 기회, 포틀랜드 메이드 정체성을 얻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포틀렌드 메이드 조사 분석의 상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조사 보고서의 맨 마지막 두 장은 이와 같은 조사에 사용할 수 있는 설문지 샘플이 있습니다.

포틀랜드 메이드 조사 분석 내용은 그 방법보다, 조사 이후 포틀랜드 도시에서 시행한 조치가 더 인상적입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메이커들이 마케팅, 제품 제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도시에서 정책적으로 메이커를 지원하는 조직을 만들어, 이런 조사를 통해 매년 생태계를 개선하려는 노력합니다.

개방성과 팩트에 기반한 문제 개선과 지속적인 노력은 우리가 닮아가려는 선진 조직에 어느 곳에나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어느 분야 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합리성, 개방성, 지속성이 전재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포틀랜드 메이드 조사 보고서와 같은 접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마무리
사실 메이커 운동을 사회적 기여 관점에서만 조사 분석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이외에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경우, 메이커 운동을 하면서 뜻밖에 소득이 있었습니다.

사회와 교육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가족과 함께 메이커 페어에 자주 참가하면서, 국내 사회, 교육 구조적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학원 광고에도 함께 인용되기도 했었습니다 ㅎ(주요 언론임에도 본인 협의 없이 재료로 출연되었던지라 기사 광고비가 궁금했었습니다). 패밀리 메이커 운동을 공유하기위해 출판사에 낸 책이 학원용으로 홍보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언론이나 사교육이 메이커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언론에 메이커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앞에 이슈를 여러번 강조했으나, 아쉽게도 그 내용과 대안을 고민하고 보도한 곳도 없었습니다). 국내 언론은 어떤 교육적 이슈든 산업적인 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타이틀도 4차산업혁명 교육으로 각색되어 나갑니다). 메이커 운동이 우리 밥그릇이 될 수 있는 지, 해외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 말이죠. 이는 앞서 말한 한국사회의 구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굳이 언론의 탓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관련해서도 개방적인 형태의 커뮤니티가 가능한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시도할 수 있는 잉여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생각에만 멈춰있지 않을려고 노력하지만, 사회적 구조도 동시에 바꿔나가야 메이커 운동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커 운동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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