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목요일

AI 에이전트 프레임웍의 불편한 진실

이 글은 AI 에이전트 프레임웍의 불편한 진실을 경험을 반영해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에이전트의 기반 LLM의 근본적 한계. 환각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근본적으로 그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성능에 종속된다. 에이전트의 자율적 행동, 계획 수립, 도구 사용 결정은 모두 LLM의 추론 능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LLM은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고질적인 한계를 지닌다. 환각은 모델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맥락과 무관한 정보를 확신을 가지고 생성하는 현상이다. 에이전트 시스템에서 이러한 환각은 단순한 오답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API를 호출하려 하거나,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후속 계획을 수립하는 등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진다.

RAG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검색 증강 생성(RAG)은 에이전트가 외부 지식에 접근하도록 돕는 핵심 기술로 사용되지만, 이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RAG 시스템의 효율성은 검색(Retrieval)과 생성(Generation) 두 단계의 품질에 모두 의존한다. 검색 단계에서 벡터 데이터베이스가 사용자의 복잡한 의도와 무관하거나 오래된 정보를 반환할 경우, LLM은 부정확한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응답을 생성하게 된다. 또한, 원본 문서를 의미론적으로 적절하게 분할(chunking)하는 과정 자체가 복잡한 엔지니어링 문제이다. RAG는 검색된 정보가 LLM의 환각을 억제할 것이라 기대되지만, 모델이 제공된 컨텍스트를 무시하거나 잘못 해석하여 여전히 환각을 일으키는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블랙박스화된 프레임웍. 간단한 질문 하나로 인해 발생되는 일들?
최신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제공하여 개발자가 복잡한 로직 없이도 에이전트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화는 시스템을 '블랙박스(Black Box)'로 만든다. 사용자의 간단한 질의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프레임워크 내부에서는 수많은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여기에는 질의 분석을 위한 LLM 호출, 적절한 도구 선택을 위한 추론, 도구 입력값 포맷팅, 실제 도구 실행(API, DB 조회), 결과 파싱, 그리고 최종 응답 생성을 위한 또 다른 LLM 호출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추상화된 계층에 가려져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디버깅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워진다.
가려져 있는 수많은 프롬프트

토큰 사용은 숨겨져 있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의 블랙박스 특성은 예측 불가능한 비용 문제로 직결된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ReAct(Reason-Act) 프롬프트나 CoT(Chain of Thought)와 같은 추론 과정을 거칠 때,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내부적 LLM 호출이 발생한다. 사용자는 단 하나의 질의를 입력했지만, 시스템은 계획 수립, 도구 사용, 중간 평가, 최종 응답 생성을 위해 여러 차례 LLM API와 통신하며 막대한 양의 토큰을 소모한다. 이러한 '숨겨진 토큰 사용량'은 시스템의 운영 비용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며,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비용 문제가 실제 서비스 운영 시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멀티 에이전트과 가난한 인프라의 충돌
최근의 에이전트 연구는 단일 에이전트를 넘어, 여러 전문화된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은 막대한 계산 자원과 정교한 인프라를 요구한다. 각 에이전트는 독립적인 추론을 위해 LLM을 호출해야 하며, 에이전트 간의 통신과 조율(orchestration) 과정 역시 추가적인 LLM 호출을 유발한다. 이는 시스템 전체의 지연 시간(latency)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소규모 기업이나 개발자가 보유한 제한된 '빈약한 인프라'로는 이러한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은 개념적으로는 강력하지만, 극심한 속도 저하와 자원 병목 현상으로 인해 실질적인 프로덕션 환경에 적용되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힌다.

누가 돈을 벌어가나?
현재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경제적 구조를 살펴보면, 수익은 특정 주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수익은 LLM API를 제공하는 거대 기술 기업(예: OpenAI, Anthropic, Google)이 창출한다. 에이전트 프레임워크가 복잡한 내부 추론을 위해 더 많은 토큰을 소모할수록, 이들 모델 공급자의 매출은 증가한다. 또한, LangChain(LangSmith)이나 LlamaIndex와 같이 에이전트 개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개발 과정을 단순화하는 도구와 관찰 가능성(observability) 솔루션, 엔터프라이즈 지원을 유료화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여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려는 다수의 개발자나 기업은 높은 API 비용과 확장성의 한계라는 현실적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마무리
결론적으로,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라는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현재의 에이전트는 기반 LLM의 환각 문제, RAG 시스템의 취약성, 프레임워크의 불투명성,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토큰 비용이라는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에이전트 시스템을 실험적인 프로토타입 수준에서 안정적인 프로덕션 서비스로 이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진정한 자율 에이전트의 구현은 프레임워크의 발전뿐만 아니라, LLM 자체의 신뢰성 향상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숙한 인프라스트럭처의 확보를 전제로 한다.

레퍼런스
부록: 숨겨져 있는 토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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